1. 사회생활과 사람들로부터 고립
2. 죽음에 대한 생각과 잦은 언급
3. 신체적 질병이나 사고의 증가
4. 학교 및 직장에서 문제 일으킴
5. 정서적 교류와 관계의 단절
해결책: 자존감을 세워주는 것

최근 배우 전미선 씨와 정치인 정두언 전 의원이 '극단적 선택'으로 세상을 떠난 가운데, 공통 원인으로 '우울증'이 지목되고 있다. 특히 두 사람은 모두 '기독교인'으로 알려져 있다. 신앙인들도 피해갈 수 없는 우울증과, 그로 인한 '극단적 선택'을 막을 방법은 없을까.

10년 전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롯한 유명인들의 '극단적 선택'이 계속되면서 '베르테르 효과'가 우려되던 때, 본지는 관련 전문가인 김충렬 박사(한국상담치료연구소 소장)의 연속 기고를 통해 '극단적 선택(자살)'의 종류와 원인, 예방법 등에 대해 상세히 알린 바 있다. 이를 일부 발췌해 소개한다.

민들레 씨앗
▲생활고보다, '자아'를 잃고 내일에 대한 희망 없이 살기에 마음 속 평화를 잃어버려 더욱 힘든 것 아닐까요? ⓒAleksandr Ledogorov on Unsplash

'극단적 선택(자살)'은 매우 급박한 상황에서 일어난다. 그런 사람에게는 시간이 많이 허용되지 않는다. 이는 '극단적 선택'을 하려는 사람의 동정을 살피며 시간을 다퉈 신속·적절히 처리해야 함을 의미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순간적인 실수로 생명을 잃게 되기 쉽다.

자살 위험요소(risk factors)를 파악하는 일은 일차적이다. 자살 위험요소를 알아차리는 것은 가장 쉽게 예방적 효과를 갖기 때문이다. 물론 자살 기도자들의 단일 요소로 자살의 직접적 원인을 파악하는 것이 쉽지는 않다. 일단 통계적으로 자살 가능성이 높은 '위험 요소'를 파악해야 한다. 자살의 위험요소는 다음 몇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1. 사회생활과 사람들로부터 고립

사람은 어떤 이유로든 힘이 빠지면 스스로 고립을 자초한다. 사람을 만나지 않으려 하고, 심하면 집 밖으로도 나서지 않으려 한다. 사람은 평소 사람을 만나며 살아야 하는데, 힘이 빠지면 사람을 싫어할 뿐 아니라 만나지 않게 된다. 이는 이미 '마음의 병'이 든 것으로, 고립을 자초하는 결과가 초래된다.

사람을 싫어하는 현상은 매우 위험한 증상이다. 단순히 내성적 성격 때문에 만남이 부담스러운 상황을 넘어선다. 평소 그러지 않던 사람이 갑자기 사람을 회피하는 태도를 보이는 경우다. 마음에 긍정적인 에너지가 급격하게 감소됐음을 의미한다.

이는 아동에서부터 장년에 이르기까지 예외를 둘 수 없다. 성적이 떨어졌다는 이유로 초등학생까지 '극단적 선택'을 하고 있다. 지나친 학습 부담으로 인한 중고생과 재수생의 자살, 인터넷 자살사이트의 공개적 유혹, 경기침체 장기화와 실직, 직장 등으로 인한 스트레스성 자살, 그리고 독거노인의 자살 등이 이어지고 있다.

사람을 회피하는 현상은 세 가지로 구분되기도 한다. 첫째, 자연을 찾는 유형이다. 등산을 좋아하거나 들이나 바다로 자주 나가려는 사람들이다. 이들 중 사회생활을 열심히 하면서 쉼을 위해 자연을 찾는 경우는 예외다. 그러나 사람을 싫어해서 자연을 찾는 사람들은 마음에 병이 든 것이다.

둘째, 어쩔 수 없이 사람을 만나는 유형이다. 마지못해 사람을 만나고, 속으로는 만나고 싶지 않은 경우다. 평소 그러지 않다가 갑자기 그런 태도를 보이는 경우 눈여겨봐야 한다.

셋째, 두문불출하는 유형이다. 사람을 회피하려 집에만 있는 사람들이다. 이미 마음이 심각한 상태가 된 것이다. 이들은 집에 가만히 있지 않고, 수없이 세상과 사람에 대해 실망하고 좌절하며 삶을 어둡게 보는 일에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

2. 죽음에 대한 잦은 언급

죽음에 대한 생각을 자주 하고 자꾸만 죽고 싶다는 말을 하는 사람도 위험하다. 삶이 허무하고 인생에 대해 부정적인 평가를 내리는 사람은 이미 죽음에 가까워지고 있다. 삶에 대한 관심이 없어졌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사후 세계에 대한 관심도 높아, 죽음과 관련된 서적이나 영화, 음악 등에 집착한다. 이런 태도는 자살 위험이 높아진 것이다.

자살 시도자들은 삶과 죽음을 생각하며 자주 자살을 떠올린다. 누군가와 대화하면서 직·간접적으로 자살 의도를 내비치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 상대방은 '자살 의도'를 직접 물어야 한다. 자극할까 두려워 우회적으로 질문해서는 안 된다. 단도직입적으로 질문하되, 적절한 방법을 활용해야 한다.

예를 들어 "자살하고 싶나요?"라고 질문한다면, 당황해서 순간적으로 "아니오"라고 거짓말을 할 수 있다. "이야기를 듣고 보니 정말 많이 힘들겠네요. 정말 어떤 때는 차라리 죽고 싶다는 생각도 들 것 같아요"라 말하는 것이 더 적절하다.

이렇게 자살 의도를 질문하면, 성격에 따라 대응이 달라진다. 내성적인 사람들은 암시적으로 말한다. "앞으로 나를 보지 못하게 될 것이다, 아마도 나를 만나기 어려울지 모른다" 등의 말로 대신한다. 반면 너무 힘들어 견딜 수 없는 경우 "그럴 생각이 있다"고 답하기도 한다. 이런 대응은 각자 다르지만 사실상 자살의 전조 증상이기에, 알아차릴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죽음에 대한 이 관념이 실제 시도로까지는 잘 이르지 않는다. 다만 현실의 벽에 부딪힌 절망적 상황이라면 문제가 달라진다. 주변인들은 자살 가능성이 의심되는 경우 위험요소를 인지해야 한다.

자살 고려자와 대화를 나누는 것은 그들을 자극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자살 위험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다만 그 대화는 점차 불안감을 줄이는 쪽이어야 한다. 특히 청소년들에게 효과적인데, 이들은 대화를 나누는 것만으로 심리적인 상황을 바꿀 수 있다.

3. 신체 질병이나 사고의 증가

신체 질병이나 사고의 증가도 자살의 위험요인 중 하나다. 신체 질병은 심리적 약화를 초래한다. 중병으로 고통이 극심해 괴로움을 경험하는 경우, 죽고 싶은 생각이 많아진다. 질병이 아니더라도 약물 복용이나 알콜 중독 상태도 이와 같다. 알콜 의존이 다른 정신질환과 동반될 경우 자살 위험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갑작스럽게 당한 사고로 신체 일부를 상실하거나 크게 손상당한 경우도 마찬가지다. 교통사고로 신체 일부를 상실했거나 큰 손상을 입었을 경우, 의욕이 꺾이거나 좌절하고 갑자기 인생이 허무해진다.

필자는 사고로 한쪽 다리를 잃은 사람이 끝내 '극단적 선택'을 한 경우를 경험했다. 그는 명문대 장학생인, 장래가 촉망되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교통사고로 다리를 잃자, 절망한 나머지 스스로 생을 마감하고 말았다.

가족의 사고도 이에 해당한다. 최근 가족들이 죽음이나 건강 상실 등 어려운 일을 당했을 때, 가족들 중 자살자가 있을 때, 죽은 가족에 대해 강한 죄의식을 갖고 있을 때 등이다. 가까운 사람의 죽음이나 감당하기 어려운 스트레스로 심리적 어려움에 처한 사람은 자살을 하나의 해결책으로 생각한다.

가족 중 자살한 사람이나 정신질환을 앓는 사람이 있는 경우에도 위험이 높아진다. 타인에게 속마음을 털어놓기 어려워 고민이 가중된다. 죽은 가족에 대한 죄의식은 강한 죄책감을 일으켜, '극단적 선택'을 통해서라도 그들과 다시 결합하려는 심리를 자극할 수 있다.

"내가 이런 모양으로 사는 것을 돌아가신 어머니가 보신다면... 저는 정말 면목이 없습니다", "돌아가신 아버지와 함께 다시 행복하게 살고 싶습니다" 등의 말을 반복하는 경우다.

4. 학교 및 직장에서 문제를 일으킴

학교와 직장에서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에도 '극단적 선택' 위험이 높아진다. 이런 경우 자살을 시도할 힘을 갖게 만든다.

일반적으로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는 사람들은 적극적으로 자살 시도를 할 힘도 없다. 적극적이고 주도면밀하게 자살 시도를 하는 경우는 실제로 많지 않다.

그들은 대개 무기력하게 있다가, 우연히 여건이 마련되면 시도하게 된다. 그러므로 주변에서 여건을 만들어 줘선 안 된다. 생활 면에서 문제가 많을 때, 자살하려는 생각이 증가된다.

이는 자살이 단순한 개인이 아닌, 사회 문제와 상당히 연관돼 있음을 보여준다. 청소년의 경우 성적 비관이 가장 많다는 것도 이를 입증한다. 입시 위주 학습 부담이 청소년들을 자살로 내몰고 있다.

초등학교 5학년 남학생이 같은 반 여자친구와 인터넷 채팅을 하면서 자살을 예고한 뒤, 열흘이 지나 집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그 어린이의 일기장에는 "내가 왜 학교와 학원을 오가면서 어른보다 더 공부를 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글이 씌어 있었다.

우리는 이 아이의 자살을 자세히 분석할 필요가 있다. 그의 일기장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답답한 세상, 답답한 인생, 난 죽고 싶을 때가 많았다. 답답한 세상과 꽉 막힌 인생 때문이다. 어른인 아빠는 이틀 동안 20시간 일하고 28시간 쉬신다. 어린이인 나는 8시 30분부터 6시까지 학교와 학원, 10시까지 공부, 27시간 30분 공부하고 20시간 30분 쉰다. 왜 어른보다 어린이가 자유시간이 적은지 이해할 수 없다.

내가 공부를 안 해서 시험을 못 봐서 혼날 때는 이해가 가지만, 공부를 했는데도 부모님들은 공부를 안 했으니 이런 상황이 나왔다고 끝까지 고집을 부린다. 내가 어린이면 최대한 이해를 할 것이다. 세상은 답답하다. 난 바다를 헤엄치는 물고기처럼 자유로워지고 싶다. 어린이가 왜 어른들의 개조를 당하면서 살아야 하는가."

너무 어른스러워 놀라울 정도다. 생각이 깊은 아이들은 이 정도 글을 쓸 수 있다. 신나게 뛰어 놀아야 할 어린이들이 일찍부터 입시로 내몰리고 있다. 중고생들의 경우 위험성이 더 높아진다. 학교에서는 성적이 떨어지거나 문제를 일으키는 학생에게 관심을 가져야 한다.

5. 정서적 교류와 관계의 단절

교류와 관계의 단절은 마음문을 닫은 것을 의미한다. 이 정도면 "이 세상에 나를 이해할 사람은 아무도 없고, 세상은 살 만한 가치가 없다. 인생은 무의미하다" 등 부정적 감정으로 채색된다.

이 상태에서는 누구의 도움도 거절한다. 이미 개선의 희망 없이 절망에 빠졌기 때문이다. 이 상태에서는 타인에게 자기 이야기를 잘 하지 않으며, 타인에게 도움을 구하지도 않는다. 누군가 도와주겠다고 해도, 부담만 느껴 거절한다. 그러면서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려 하고, 자살을 시도한다.

교류와 관계 단절에서 급격하고 심각한 외로움을 유발당한 사람을 주의해야 한다. 예를 들어 미혼이나 독신, 별거와 이혼, 사별에 해당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이 보이는 부정적 행동은 다른 사람들보다 더 위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음의 행동을 예사로 보아 넘기지 말아야 한다. 직·간접으로 농담처럼 자살 의사를 비치는 것, 우울증이나 불안, 불면증으로 의사를 찾아가는 것, 평소 소중히 여기던 물건을 주변 사람들에게 아낌없이 나눠주는 것, 오랫동안 보지 못했던 친구나 친지를 찾거나 접촉하는 것, 자신이 입는 옷, 특히 속옷에 신경을 기울이는 것 등이다. 이런 특징은 모두 자살을 염두에 둔 행동일 수 있다.

김충렬
▲김충렬 박사.

6. '극단적 선택' 막으려면? 자존감을 세워주라

위에서처럼 자살의 위험요인은 여러 가지로 나타나지만, 그 바탕은 자존감(Esteem) 저하에 있다. 자존감, 즉 존재의 가치감이란 생각하기에 따라 다르다. 어떤 일을 실패해서 자존감이 낮아지거나, 원하던 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저하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심기일전의 기회로 삼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패했기에 더 노력해서 기어이 성공으로 이끌 수 있고, 바라던 대로 이뤄지지 않았기에 더욱 노력하다 새로운 경험도 얻는다.

그러므로 이들의 문제는 심리적 부정성(Negativity)에 있다. 평소 부정성이 많은 사람들은 상황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거나 생각해서 노력할 정도의 정신적 에너지가 고갈된 상태다. 그러므로 어떤 경우에도 부정적이 되지 않도록 자신의 마음을 가꿔야 한다.

특히 신앙인들은 "항상 기뻐하라, 쉬지 말고 기도하라, 범사에 감사하라"는 말씀대로 노력한다면, 부정적 에너지에 휘둘리지 않을 것이다. 또 좋지 않은 상황도 "합력하여 선을 이루는" 신비로운 경험도 하게 될 것이다. 그리스도인들은 상황이 어려울수록 더욱 기도하고 신앙적인 노력을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