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반 현정이는 선생님들이 혀를 내두르는 아이다.

어머니의 외도로 이혼해서 아버지와 함께 살고 있는 현정이.

오빠에게 매일같이 맞고 3번이나 전학을 다닐 정도로 상처가 많은 아이.

현정이는 하루 종일 찌푸린 얼굴을 펴지 않았다.

매번 반대로 행동해 나의 속을 긁어놓고 수업시간에 엎드려서 일어날 줄 몰랐다.

짜증을 내면서 매일 싸움을 벌이는 모습에 마음이 지쳤다.

그날도 화가 치밀어 올라 호통이 목구멍까지 올라왔다.

"지금 어디다 대고 네 마음대로야? 누군 짜증을 못 내서 안 내는 줄 알아?!"

당장에 화를 내고 싶었지만 내 느낌과 감정에 따라 행동할 수는 없었다.

일단 현정이에게 남으라고 이야기했다. 뭐라도 이야기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어르고 달래도 봤고, 점잖게 꾸짖어도 봤고, 방치하기도 했고, 딱 붙어서 지도해보기도 했지만

변하지 않았던 현정이였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마음이 답답했다.

현정이는 또 얼굴을 팍팍 구기며 내게서 멀찍이 떨어져 있었다.

'저 거리가 마음의 거리겠지?' 두 걸음만 와보라는 말에 현정이는 들은 척도 하지 않고 몸을 틀었다.

"현정이가 올 때까지 선생님은 기다릴게" 나도 모르게 뱉은 말이었다.

'그래,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기다려보자. 그렇게 40분이 흘렀다.

'이 아이가 대체 왜 이렇게 사람을 밀어내는걸까?' 그때 하나님께서 알려주셨다.

상처를 받은 아이들은 사람을 밀어내는 법 밖에 배우지 못한다고. 그러니 너가 이 아이를 사랑해달라고.

'아, 사랑이구나! 사랑이 허다한 죄를 덮는 것이구나! 허다한 죄가 일어나지 않길 바라는 것이 아니라 내가 사랑으로 덮어버리면 되는구나!'

그 때 현정이는 집에 가고 싶었는지 억지로 한 걸음 다가왔다. 나는 그래도 가까이 와 준 것이 고마워 현정이의 손을 덥석 잡았다. 그리고 일어나서 현정이를 안았다. 상처로 똘똘 뭉친 이 아이가 너무 가엽고 마음이 아팠다. 사랑이 부어지니 모든 걸 덮어줄 수 있었다.

"하나님이 현정이를 너무도 사랑하셔서 죽기까지 하셨어. 선생님도 현정이를 위해서 모든 걸 다 주고 싶을만큼 사랑해. 현정이도 선생님한테 마음문을 열고 다가와주면 좋겠어. 현정이가 정말로 행복했으면 좋겠어. 그래서 그런거야.."

현정이를 품에 안고 흐느끼며 이야기했다. 현정이도 울고 나도 울었다. 그렇게 현정이를 안아주고 다독여서 집에 보냈다.

교실문이 닫히고 빈 교실에서 나는 한참을 울었다. '사랑이구나! 사랑하면 되는 거구나! 사랑이 죄를 덮는 것이구나! 사랑이 답이구나! 사랑이 이기는구나!'

그리고 현정이는 조금씩 변했다. 학교 선생님들은 현정이가 웃을 줄도 아느냐고 놀라셨고 그렇게 조금씩 조금씩 현정이는 달라졌다.

사랑한다고, 우리 학교에 와 주어 감사하다고, 태어나주셔서 감사하다고 쪽지를 주고 가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현정이가 가져온 한 통의 편지는 나를 또 한 번 울렸다.

선생님께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죠?

전 선생님을 너무 사랑해요.

제가 힘들고 눈물이 날 때..

절 위로해준 사람은 선생님 밖에 없어요!

전 힘들어도 혼자 참아오고 혼자 울고

저도 그런 제 자신이 너무 싫고 한심했어요.

근데 선생님이 오고 하나님 이야기 해준 날

전 너무나 달라졌어요.

뭐가 달라졌냐고요?

혼자 울지도 않고 혼자 참지도 않고

전 지금이 너무 행복해요.

힘들 때도 있지만 기도를 하면 괜찮아요.

너무 신기하지 않나요?

하나님이 있어 너무 감사해요.

그리고 선생님,

너무 감사하고 사랑합니다.

(위 이야기는 현직 초등학교 선생님의 실화입니다.)

[출처: 갓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