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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 르네상스’ 대표하는 작품, 영화 <라이온 킹>

기독일보

입력 Jul 15, 2019 10:04 AM PD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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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욱주의 브리콜라주 인 더 무비] <라이온 킹> (上)

이번 주 박욱주 박사님의 '브리콜라주 인 더 무비'에서는 실사화에 성공해 개봉을 앞둔 영화 <라이온 킹>을 살펴봅니다. 이 영화에서는 도날드 글로버(심바), 비욘세(날라), 제임스 얼 존스(무파사), 치웨텔 에지오프(스카), 세스 로건(품바) 등 할리우드 유명 배우와 가수들이 목소리 연기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기독교 세계관을 어느 정도 차용한 스토리로도 볼 수 있는 <라이온 킹>에는 어떤 배경이 있을까요?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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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사화되는 디즈니 애니메이션, <라이온 킹>.
실사화되는 디즈니 애니메이션, <라이온 킹>.

◈사자와 애니메이션: 디즈니판 <라이온 킹>과 오사무판 <정글대제>

최근 디즈니사는 발전된 CG 기술을 앞세워, 1989년부터 약 10년간 이어진 '디즈니 르네상스' 당시의 작품들을 실사화하고 있다.

디즈니 르네상스란 1989년의 <인어공주>부터 시작해서 1999년 <타잔> 개봉까지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퀄리티와 인기가 크게 되살아난 시기를 말한다.

1970년대 들면서 애니메이션과 영화 부문에서 경영 성과가 좋지 않았던 디즈니는, 이 시기를 기점으로 애니메이션 명가로 부활하게 된다.

기존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실사화 프로젝트는, 정확히 말하자면 2010년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부터 시작됐다. 본격적으로 흥행에 결실을 맺기 시작한 것은 2년 전 <미녀와 야수>의 실사판 영화 때부터라 할 수 있다.

디즈니 르네상스 시기 가운데서도 최고의 인기를 누리는 작품을 들자면 <인어공주>, <미녀와 야수>, <알라딘>, <라이온 킹> 등 네 편이다. 이 가운데 <미녀와 야수>와 최근 개봉했던 <알라딘> 모두 크게 흥행에 성공한 모습이다.

이제 남은 두 편 가운데 하나가 금주 개봉한다. 바로 <라이온 킹>이다. 1994년 개봉한 애니메이션의 실사판으로, 디즈니 르네상스기의 대표작 네 편 가운데 유일하게 사람이 아닌 동물이 주인공인 작품이다.

당연히 CG 기술에 크게 의존해야 하는 작품이다. 최근의 영화 CG기술은 <가디언스 오브 갤럭시>와 <어벤저스>에 등장한 로켓 라쿤의 예에서 볼 수 있듯, 전혀 이질감을 주지 않고 높은 수준의 동물 캐릭터 영상을 구현할 수 있다.

원작의 흥행력은 의심할 필요가 없다. <라이온 킹>은 애니메이션 대성공 이후 브로드웨이에서도 역사상 최대 규모의 흥행을 거둔 대작 뮤지컬로 명성이 높다. 이제 필요한 기술력이 충분히 확보되었으니, 디즈니로서는 야심차게 실사화에 도전해 볼만한 상황에 이른 것이다.

여기서 잠시 <라이온 킹>의 서사 출처를 되짚어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다. 원래 <라이온 킹>은 디즈니가 제작한 장편 애니메이션 가운데 32번째 작품이면서, 최초로 다른 설화나 전래동화 등의 이야기를 가져오지 않고 자체적으로 쓴 각본으로 만든 작품이라고 홍보되었다.

물론 이는 사실이라고 보기 힘들다. 디즈니사는 그동안 그동안 줄곧 부정해 왔지만, <라이온 킹>은 엄연히 원작이 존재한다. 바로 <철완 아톰>(한국명 <우주소년 아톰>)의 작가로 널리 알려진 일본 만화의 아버지 데즈카 오사무의 <정글대제>(한국명 <밀림의 왕자 레오>)이다.

<라이온 킹>은 서사의 주요 요소들부터 캐릭터들까지 <정글대제>를 전면적으로 참고한 것으로 알려져 왔다. 심지어 주인공 이름마저 흡사하게 빌려왔다.

<정글대제>의 미국 수출판에 등장한 주인공 흰 사자의 이름은 '킴바'였는데, <라이온 킹>은 이를 '심바'로 바꾸어 사용했다.

여러 측면으로 볼 때 <라이온 킹>은 <정글대제>를 표절한 것이 거의 확실해 보인다는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이를 반영하듯 유명 애니메이션 <심슨 가족> 등 다른 시리즈물에서도 이 표절 혐의를 비꼬는 장면들이 몇 차례 등장했다.

라이온 킹 정글대제
▲데즈카 오사무의 <정글대제>의 한 장면.

◈사자와 왕국: <라이온 킹>과 사자왕 리처드

물론 그렇다 하여 <라이온 킹>의 서사나 캐릭터 전체가 <정글대제>의 복제본은 아니다. 두 작품은 설정상 상당한 유사성을 갖지만, 그 가운데 포함된 세부요소나 작품 전체가 전달하려는 주제에 있어 큰 차이를 보인다.

이는 마치 일본 애니메이션 <마징가 Z>와 한국 애니메이션 <로보트 태권브이> 사이의 관계와 유사하다. 김청기 감독의 <로보트 태권브이>도 나가이 고의 <마징가 Z>의 설정을 상당 부분 표절했다는 의혹을 받아왔으나, 작품의 세부사항이나 전달하려는 주제가 다르다는 점에서 둘 사이의 차이를 전면적으로 무시할 수만은 없을 것이다.

이런 입장은 실제 작년 서울지법에서 한 모형완구 수입자에 의해 제기된 태권브이와 마징가 Z의 표절여부 소송에 대한 재판부의 판결과 일치한다.

<정글대제>는 원작자 데즈카 오사무의 문화적 배경을 반영하듯, 유럽과 중동, 그리고 아프리카에서 백수(百獸)의 제왕으로 알려진 사자를 동양적인 방식으로 묘사하고 있다.

이 작품은 일단 사자를 정글에 사는 동물로 묘사해 놓았는데, 아시아나 아프리카 일부 지역의 정글에 살았을지 모를 고대종 사자는 이미 주후 1세기경 멸종된 것으로 알려져 있고, 현재의 야생 사자는 모두 아프리카 사바나의 초원 지대에 서식하고 있다.

라이온 킹
▲오늘날 생존한 사자는 모두 아프리카 사바나의 초원에 서식하고 있다.

실상 동양에서 정글에 서식하는 고양이과 최상위 포식자라고 하면 호랑이(특히 인도나 미얀마 밀림의 벵골호랑이)를 떠올린다는 점을 생각하면, <정글대제>는 호랑이의 자리에 사자를 대신 들어앉혀 놓은 셈이 된다. 반면 <라이온 킹>은 사자의 서식지를 제자리로 돌려놨다.

또한 <정글대제>는 레오의 아버지와 주인공 레오 모두 사람의 손에 비극적으로 죽임을 당한다는 점에서, 인간에 의한 자연의 조화와 생태 파괴를 경고하는 메시지를 주로 전달한다. 이 점에서는 오사무와 스튜디오 지브리의 미야자키 하야오가 유사한 성향을 보인다.

하지만 <라이온 킹>은 그야말로 정통성과 덕망을 갖춘 후계자의 왕위찾기라는 왕권 다툼 중심의 서사를 선보인다. <정글대제>에서도 왕권다툼은 주된 주제 가운데 하나지만, 자연 생태 파괴라는 주제에 비해서는 비교적 비중이 적은 것이 사실이다.

결국 <정글대제>와 <라이온 킹>이 전달하는 주제의 차이는 종교 문화와 역사의 차이가 반영된 탓에 발생한 것으로 풀이될 수 있다.

<정글대제>가 일본의 신토적-정령신앙적 자연관을 반영하는 식으로 동물들을 묘사했다면, <라이온 킹>은 중세 서구 기독교 세계 왕가들의 권력 다툼과 정통성 확보 노력을 중심으로 동물들을 그려냈다.

사실 널리 알려져 있다시피, <라이온 킹>의 서사에 영향을 준 작품으로는 <정글대제> 외에도 디즈니의 1973년도 애니메이션 <로빈후드>를 지목할 수 있다.

<로빈후드>에는 조연으로 사자 캐릭터인 사자왕 리처드(Richard the Lionheart)와 역시 사자로 그려진 동생 존 왕자(Prince John)가 등장하는데, 이 두 사자의 모습은 훗날 <라이온 킹>에서 주인공 심바의 아버지 무사파와 그의 교활한 동생 스카의 모델이 된다.

이는 애초 <라이온 킹>이라는 제목이 어디로부터 왔는지를 생각하면 결코 우연이라 볼 수 없는 일이다.

서구 역사에서 '라이온 킹'이라는 이름으로 불릴만한 왕은 단 한 명, 영국의 리처드 1세이기 때문이다. 현 영국 왕가의 문장이 사자 문장인 것도 바로 리처드 1세에 의해 결정된 것이다.

그는 저 유명한 제3차 십자군 전쟁에 뛰어들어 아유브 왕조의 시조 살라딘과 맞대결을 벌인 인물이다. 이후 그는 서구 기독교 세계에서 중세 기사의 표본, 기독교 수호와 용맹의 표본으로 알려지게 된다.

물론 십자군 전쟁을 기독교 수호와 연결짓는 것은 무리한 발상이지만, 적어도 중세 서구에서 리처드 1세의 명성이 전 유럽을 격동시킬 정도로 대단했던 것만은 분명하다.

라이온 킹
▲'사자왕' 리처드 1세와 그를 상징하던 세 마리 사자 문장. 리처드 1세로부터 사자는 대대로 영국 왕실의 상징이 되었다.

박욱주 박사(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 겸임교수)

연세대학교에서 신학을 전공했으며, 동 대학원에서 조직신학 석사 학위(Th.M.)와 종교철학 박사 학위(Ph.D.)를, 침례신학대학교에서 목회신학 박사(교회사) 학위(Th.D.)를 받았다. 현재 서울에서 목회자로 섬기는 가운데 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 겸임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기독교와 문화의 관계를 신학사 및 철학사의 맥락 안에서 조명하는 강의를 하는 중이다.

필자는 오늘날 포스트모던 문화가 일상이 된 현실에서 교회가 보존해온 복음의 역사적 유산들을 현실적 삶의 경험 속에서 현상학과 해석학의 관점으로 재평가하고, 이로부터 적실한 기독교적 존재 이해를 획득하려는 연구에 전념하고 있다. 최근 집필한 논문으로는 '종교경험의 가능근거인 표상을 향한 정향성(Conversio ad Phantasma) 연구', '상상력, 다의성, 그리스도교 신앙', '선험적 상상력과 그리스도교 신앙', '그리스도교적 삶의 경험과 케리그마에 대한 후설-하이데거의 현상학적 이해방법' 등이 있다.

브리콜라주 인 더 무비(Bricolage in the Movie)란

브리콜라주(bricolage)란 프랑스어로 '여러가지 일에 손대기'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이 용어는 특정한 예술기법을 가리키는 용어로 자주 사용된다.

브리콜라주 기법의 쉬운 예를 들어보자. 내가 중·고등학교에 다니던 학창시절에는 두꺼운 골판지로 필통을 직접 만든 뒤, 그 위에 각자의 관심사를 이루는 온갖 조각 사진들(날렵한 스포츠카, 미인 여배우, 스타 스포츠 선수 등)을 덧붙여 사용하는 유행이 있었다. 1990년대에 학창시절을 보냈다면 쉽게 공감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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