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포구에 있는 양화진외국인선교사묘원은 130여년 전 복음의 불모지였던 조선에 예수 그리스도를 전했던 외국인 선교사들이 잠들어 있는 곳이다. 오늘날 유례 없이 부흥한 한국 기독교가 꼭 기억하고 간직해야 할 곳들 중 하나다.

그런데 오래 전, 약 60년 동안 이곳을 돌보았던 사람이 있었다는 증언이 나왔다. 바로 故 최봉인 장로. 그의 손자며느리인 최지연(시애틀 베다니교회, 샛별한국문화원 원장) 사모에 따르면 고인은 서교동교회 창립 교인들 중 한 명이었고, 초대 장로였다.

그는 16살에 혼자 강릉에서 서울로 와 양화진에 정착했다고 한다. 이후 그는 친구의 전도로 故 언더우드 선교사에게 세례를 받고 기독교인이 됐다고 최 씨는 전했다.

특히 그녀에 따르면, 최 장로는 외국인 선교사들과 가까웠다. 선교사들이 어려운 일이 있거나 필요한 것이 있을 때 그를 불렀을 정도로 최 장로는 선교사들과 함께 다니기를 좋아했다고 한다. 선교사들 일기에도 그의 이름이 여러 곳에서 등장한다고.

그가 양화진 묘원을 돌보게 된 계기는 의료선교를 펼쳤던 헤론 선교사의 죽음이었다고 한다. 최 장로는 죽은 헤론 선교사를 자신의 집 뒤에 묻었고, 이후 선교사들의 무덤이 하나 둘 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러자 선교사들은 그에게 감검관(묘지기)이라는 직분을 주었다고 최 씨는 증언했다.

최 씨는 "1900년대 초, 1년에 묘가 약 80개 씩 늘어나자 시할아버지는 하인 소작인들과 함께 묘를 관리하셨다"며 "묘지회에서 돈을 받았으나 일제 때 선교사들이 다 쫓겨 나간 후에도 긴 세월 동안 수 백개의 묘를 믿음으로 관리하셨다"고 했다.

그녀는 "당시는 서양인을 보면 서양 귀신이 나왔다고 도망가던 시절이었다. 그런 때 언더우드 선교사에게 세례를 받고 선교사를 스승으로 생각하셨다"며 "특히 헤론 선교사가 자신을 돌보지 않고 환자를 돌보는 헌신에 특별한 감동을 받으셨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