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10~13일 한신교회(담임 강용규 목사)와 샌프란시스코 신학대학원(총장 제임스 맥도날드)이 주최하는 제13회 신학심포지엄(목회자 연장교육)이 '새 시대를 위한 새로운 신학과 설교'라는 주제로 원주 오크밸리에서 개최됐다.

본지는 심포지엄 강사들과의 연속 인터뷰를 통해, 심포지엄 주제인 '새 시대를 위한 새로운 신학과 설교'에 대한 강사진들의 입장과 한국 목회자들을 위한 고견을 청취했다. 인터뷰는 <바이블 백신>의 저자인 본지 칼럼니스트 양형주 목사(대전도안교회)가 진행했다.

첫 번째로 프린스턴 신학대학원 신약학 교수인 에릭 다니엘 바레토(Eric D. Barreto) 박사와의 인터뷰를 소개한다. 바레토 박사는 심포지엄에서 '오늘날 누가복음 설교의 의미'를 제목으로 누가복음이 바라본 예수 그리스도에 대해 강연했다.

누가의 매력, 무엇보다 탁월한 이야기꾼이란 점
푸에르토리코 이민자 출신, 정체성 혼란 겪기도
비슷한 경험 한 이들에게 하나님 사랑 전하고파

이민자 출신의 신학자 에릭 바레토 교수. ⓒ양형주 목사 제공
이민자 출신의 신학자 에릭 바레토 교수. ⓒ양형주 목사 제공

-반갑습니다. 누가복음 전공자로 알고 있는데, 다른 복음서들과 비교해 누가복음만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원래 저의 전공은 사도행전입니다. 사도행전 16장을 갖고 2년 반 동안 매달려 박사 논문을 썼습니다. 사도 바울이 디모데를 데려가 할례를 받게 한 부분에서, 무엇이 어떻게 그의 민족적 정체성을 형성하게 했는가를 파고 들었습니다.

그러던 것이 점차 누가복음으로 관심이 확장되었고, 지금은 누가복음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여 연구하고 있지요. 사도행전과 누가복음은 합치면 신약성경 전체의 4분의 1을 차지할 정도로 양이 많습니다. 그만큼 우리는 누가의 목소리에 관심을 많이 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

누가의 매력은 무엇보다 그가 탁월한 이야기꾼이라는 점입니다. 예수님과 초대교회에 대한 그의 이야기는 오늘날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에 많은 울림을 줍니다.

누가의 이야기에 등장하는 요소들, 곧 힘과 권력, 제국, 권세 있는 사람들과 소외된 사람들, 갈등과 긴장들, 제국의 연약함과 대조되는 성도들의 연약함, 그리고 그 가운데 역사하는 복음의 다양한 요소들은 누가의 이야기를 정말 매력적으로 만들어 줍니다."

-누가복음의 이해를 이야기로 풀어가는 방식인 내러티브 해석(서사비평)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나요?

"제가 박사 과정에서 공부할 때, 교수님 한 분이 '박사 논문은 단지 학술 논문이 아니라 네 인생의 이야기가 되어야 한다'고 말씀하신 적이 있습니다. 제 신학은 저와 같은 이들에게 하나님이 나를 어떻게 사랑하시는지 말해주는 것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볼 때 제가 누가복음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제 인생 이야기와 많은 관련이 있습니다. 저는 푸에토리코에서 태어나 9살까지 살았습니다. 5살부터 9살까지 미군 부대에 있는 학교에 다녔습니다.

9살 때는 부모님과 함께 미국으로 이민을 왔습니다. 제가 미국으로 왔을 때, 학급에서 저는 유일한 히스패닉이었습니다. 저는 이 때 정체성의 혼란을 겪었습니다. 어디에 속했고 어디로 가야 하는지, 제 언어는 무엇인지에 대해 많은 고민이 있었습니다.

이런 면에서 저의 신학은 비슷한 경험을 하는 이들에게, 하나님은 그런 당신을 사랑한다고 말하는 신학이고 싶었습니다."

누가의 예수, 우리처럼 평범한 사람임을 강조해
일상 이야기 들면서 하나님의 사랑 이야기 전해
정직하고 무고한 사람으로, 십자가에서 처형돼

-누가복음의 예수는 다른 복음서의 예수와 어떤 다른 점이 있을까요.

"무엇보다 누가의 예수는 '일상성'을 강조합니다. 누가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예수님의 일상이 얼마나 우리 같이 평범한가를 볼 수 있습니다.

예수님의 탄생도 당시 아이들의 탄생과 크게 다르지 않은, 지극히 평범한 모습입니다. 지극히 평범한 목동들의 방문을 받게 되고, 다른 아이들과 같이 로마 제국의 위협 아래 태어납니다. 그리고 우리와 같은 모습으로 자라나고요.

둘째, 누가의 예수는 이야기꾼(storyteller)으로 등장합니다. 선한 사마리아인의 이야기와 탕자의 비유처럼, 우리의 일상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이야기를 들어 하나님의 사랑 이야기를 전해줍니다.

셋째로 누가복음에서 예수님이 십자가에 돌아가신 방식이 매우 중요합니다. 누가복음의 예수님은 요한복음에서처럼 세상 죄를 지고 가는 '하나님의 어린 양(요 1:36)'도 아니고, 마태·마가복음처럼 많은 사람을 위한 대속물(마 20:28, 막 10:45)로도 제시되지 않습니다.

누가복음에서 예수님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정직하고 무고한 사람으로 십자가에서 돌아가십니다. 그래서 로마의 백부장은 "이 사람은 정녕 '의인'이었도다"고 고백하지요(눅 23:47).

예수님은 정직하고 무고한 사람으로, 십자가에서 잔인하게 처형됩니다. 불의한 죽음으로 제국의 잔인함을 보여주고, 그 잔인함이 깊이를 보여줍니다. 이것이 제국이 무고한 사람에게 작동하는 방식이라는 것을 보여주지요. 그러나 그런 그가 하나님의 아들이라는 점에서 매우 유일하고 독특합니다."

에릭 바레토
▲에릭 바레토 교수가 인터뷰하고 있다. ⓒ양형주 목사 제공

-누가복음의 이런 특징들을 염두하면서, 목회자들이 일상에서 '신학적으로' 사고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목회자는 먼저 자신의 이야기를 알아야 합니다. 하나님이 우리 삶에 개입해 들어오신 특별한 이야기 말입니다. 그럴 때 우리는 다른 이들에게 하나님이 우리의 삶에 어떻게 들어오셨는지 함께 나눌 수 있습니다.

우리는 목회자로서 성도들에게, 하나님이 그들의 삶에 들어오시고 역사하신 이야기를 서로 알고 나누도록 격려해야 합니다.

이는 서로 도와야 가능합니다. 왜냐하면 다른 지체의 도움 없이 내 삶의 이야기를 다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있기 때문입니다. 마찬가지로 내 도움 없이 다른 지체도 자신의 삶에 역사하시는 하나님의 역사하시는 이야기를 다 이해할 수 없습니다.

이것은 우리 모두에게 해당됩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목회자나 학자이기 전에 하나님이 창조하시고 삶 가운데 역사하시는 하나님의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이런 나눔을 통해 하나님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습니다. 이런 면에서 우리가 나누는 삶의 이야기는 중요합니다. 이를 통해 하나님의 음성을 들을 수 있기 때문이죠.

이런 이야기는 은퇴한 사람에서부터 어린아이까지 모두 소중하고, 서로 나눠져야 합니다. 나눔은 우리의 일상성을 더욱 부각시키고, 서로의 삶을 통해 말씀하시는 하나님께 귀를 열게 합니다. 그렇기에 일상을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는 하나님의 사역에 있어서 매우 중요합니다."

오순절 이후, 바벨탑 더 이상 징계나 저주 아냐
우리와 다른 사람들 두려워하는 경향 떨쳐내야
이방인들 아닌, 하나님이 보내주신 우리의 이웃

-한국도 다민족 사회로 들어가고 있습니다. 점점 많은 다민족들이 한국 사회로 유입되고 있는데, 이 때 기독교의 역할, 한국 성도의 역할은 무엇이어야 할까요.

"오순절 이야기로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오순절에 하나님은 다양한 사람들을 선택해서 말씀하셨습니다. 오순절은 우리를 바벨탑 사건 이전으로 데려갑니다. 하지만 동시에 우리가 바벨탑 사건으로 인한 여파 속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를 보여주기도 합니다.

오순절 이후, 바벨탑 사건은 더 이상 징계나 저주가 아닙니다. 오순절 사건은 흩어진 언어와 민족적 다양성 속에서 우리가 이들을 어떻게 환대하고, 어떻게 하나님이 보내신 선물로 여기고, 어떠한 신실함으로 대해야 하는지를 알려줍니다.

우리는 여기서 하나님이 우리가 어떤 교회가 되기를 원하시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우리는 우리와 다른 사람들을 만나면 두려워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들은 낯선 이방인들이 아니라, 하나님이 우리에게 보내신 우리의 이웃입니다.

우리가 그들의 이야기와 관점에 관심을 기울이면, 하나님이 우리에게 어떤 교회가 되라고 말씀하시는지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는 성경이 말하는 다른 상상력에 눈을 떠야 합니다."

-우리에게 다가오는 이웃이 때로는 우리를 힘들게 할 때도 종종 있습니다. 우리의 선의를 왜곡하고 끊임없이 와서 도와달라고 하거나 돈을 요구할 때도 있습니다. 이럴 때 어떻게 해야 할까요.

"네, 이것이 결코 쉽지 않은 일임을 인정합니다. 어렵습니다. 우리는 종종 실수도 많이 하지요. 낯선 이들이 원한다고 무한정 다 줄 수도 없는 일입니다. 그렇게 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그러나 적어도 한 가지는 마음에 간직하고 있어야 합니다. 그들이 그렇게 나그네 된 이유가 분명히 있으리라는 점입니다. 우리는 다 헤아릴 수 없지만, 사정을 아시는 하나님이 그들과 함께 계시다는 점입니다.

우리와 함께하신 하나님뿐 아니라, 그들과 함께하신 하나님도 인정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럴 때 우리는 그들과 함께하신 하나님을 초대하여 그들과 함께 일할 수 있을 것입니다."

에릭 바레토
▲강연중인 에릭 바레토 교수. ⓒ양형주 목사 제공

-한국교회가 신뢰의 위기에 처해 있다고 합니다. 정치적으로 편향된 사건들이 터져나거나, 스캔들이 터져 나옵니다. 미국 교회도 정치적으로 사회적으로 유사하다고 생각되는데, 이런 저신뢰 분위기에서 교회가 어떻게 사회에서 신뢰를 회복해야 할까요.

"저는 사회와 문화로부터 신뢰를 얻는 것을 목표로 하기 전에, 먼저 우리 이웃으로부터 신뢰를 얻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미국 교회의 경우를 보면, 사회와 문화로부터 신뢰를 얻으려고 하다 도리어 신뢰를 잃어버리는 경우를 종종 봅니다.

우리는 주변에 있는 이웃에게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 이웃이 우리 편에 함께 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그들에게 신실하지 않은 것입니다.

우리는 매우 지역적으로, 동시에 매우 평범하게 이웃을 사랑할 수 있어야 하고, 이들에게 신실해야 합니다. 우리 일상을 통해 이웃을 사랑하고 살아간다면,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통해 빛을 비추실 것입니다.

우리는 이웃의 기대나 필요를 막연히 예상하거나 넘겨 짚지 말고, 그들의 이야기에 세심하게 귀 기울여야 합니다.

저는 상당수 성도들이 하나님은 교회에만 임재하시는 분으로 여긴다고 생각합니다. 하나님은 세상에 계시지 않고, 그래서 우리는 복음을 하나님이 부재하신 세상에 가져다 주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어디에나 계십니다. 그리고 하나님은 종종 우리가 볼 수 없는 방식으로 행하십니다. 우리 역할은 하나님을 그분이 부재한 곳에 모시고 가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보지 못하는 방식으로 우리 일상에 이미 임하셔서 행하시는 하나님의 역사에 눈을 뜨게 해 주는 것입니다."

많이 읽으라, 새롭도록
함께 읽으라, 공동체와
도움 구하라, 지체들에

-평신도들이 매일 묵상하며 성경을 읽을 때, 유념해야 할 '팁'을 제시해 주신다면.

"무엇보다 많이 읽어야 합니다. 많이 봐야 성경이 익숙해집니다. 그리고 자꾸 읽어야 새롭게 읽힙니다. 할 수 있는 한 성경을 많이 읽으십시오.

둘째, 성경을 혼자가 아닌, 공동체와 함께 읽어야 합니다. 교회와 함께 읽어야 합니다. 우리가 함께 읽고 말씀을 나눌 때, 공동체의 성경 읽기에 동참하고 기여할 수 있습니다.

이는 성별, 나이, 학식, 직업의 귀천에 상관 없습니다. 모두가 자신의 삶을 통해 하나님의 말씀을 공동체적으로 같이 읽어내는데 기여해야 합니다.

셋째, 도움을 요청해야 합니다. 성경을 많이 읽고 아는 지혜로운 교회 지체들에게 도움을 구하며 읽어야 합니다. 요약하면 첫째, 많이 읽으십시오. 둘째, 함께 읽으십시오. 셋째, 도움을 요청하십시오."

-목회자들을 위한 좋은 누가복음, 사도행전 주석이 있으면 추천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조셉 피츠마이어(Joseph Fitzmyer)의 주석은 고전적인 주석입니다. 조엘 그린(Joel Green)의 누가복음 주석(NICNT 시리즈)은 방대하고, 문법적 학술적 논의가 풍성합니다.

목회자들에게는 성서학자가 아닌 다른 분야의 신학자들의 눈으로 본 성서주석 시리즈(Belief Series) 중, 교회사로 유명한 곤잘레스가 쓴 누가복음 주석, 《The Story Luke Tells: Luke's Unique Witness to the Gospel (누가가 들려주는 이야기: 누가의 독특한 복음 증언》이 참 좋습니다.

사도행전 주석으로는 가벤타(Beverly Gaventa)의 주석과 매튜 스키너(Matthew L. Skinner)의 책(Intrusive God, Disruptive Gospel: Encountering the Divine in the Book of Acts)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오랜 시간 감사합니다.

에릭 다니엘 바레토(Eric D. Barreto) 교수는 프린스턴 신학대학원 신약학 부교수이자 침례교 목사이다. Oklahoma Baptist University에서 B.A, Princeton Seminary에서 M.Div., Emory University에서 Ph.D.를 각각 취득했다.

저서로는 《Ethnic Negotiations: The Function of Race and Ethnicity in Acts 16 (Mohr Siebeck, 2010)》 등이 있다. 'Reading Theologically (Foundations for Learning, Fortress, 2014)'의 편집자이며, ONScripture.org, the Huffington Post, WorkingPreacher,org, EntertheBible.org 등에 정기 기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