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주 전 육군대장이 11일 오전 온양온천감리교회(담임 정병한 목사)에서 강연했다. 기독교인인 그는 최근 항소심 재판에서 뇌물수수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받은 뒤 처음으로 교회 강단에 올랐다.

박 전 대장은 지난 2017년 7월 31일 군인권센터(소장 임태훈)가 공관병에 대한 그의 소위 '갑질' 의혹을 제기하면서, 수사를 받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후 뇌물수수와 부정청탁 혐의가 추가됐다. 갑질 의혹과 관련된 직권남용에 대해선 무혐의 처분을 받았고, 뇌물수수 혐의는 항소심에서 무죄를, 부하 중령에게서 보직 청탁을 받고 들어준 혐의는 유죄로 벌금 400만 원을 선고 받았다.

박 전 대장은 그러나 이날 강연에서 "병에 걸린 부모를 간호하기 위해 고향 부대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 배려해 달라는 부하 중령의 부탁을 듣고 들어준 것"이라며 "그와 식사 한 번 한 것도 없다. 큰 죄를 지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부하를 위한 조치였고 그에 대한 책임도 기꺼이 질 각오"라고 했다.

이날 행사의 제목은 '시국강연회'였다. 박 전 대장은 그러나 이보다는 최근 수사와 재판을 받으면서 느끼고 깨달은 자신의 '기독교 신앙'에 대해 주로 간증했다.

그는 "그리스도인에게서 고난이라는 단어를 빼고는 그 신앙과 믿음을 설명하기 어렵다"며 "성경은 믿음의 선조들의 고난의 역사를 그대로 기록한 것이다. 예수님께서도 이 땅에 오셔서 고난을 받으셨다. 십자가가 그 상징"이라고 했다.

박 전 대장은 "나도 그런 고난을 겪게 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현역 시절, 군사 전략가로 명성을 쌓았다. 육사 동기들 중 그래도 잘 나가는 편이었다. 그런 내게 교만이 있었던 것 같다"며 "하나님께서 내게 무언가 메시지를 주시기 위해 고난을 주셨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처음 영창에 갇혔을 때, 성경을 읽으려고 했지만 도저히 그럴 수 없었다고 했다. 예상치 못한 일로 인한 혼란과 분노, 미래에 대한 불안 때문이었다고 한다. 사흘이 지나서야 정신을 차리고 '포스트잇'에 성경 구절과 기도문을 적어 영창 벽면에 붙여놓고 읽기 시작했다고.

박 전 대장은 "처음엔 하나님을 향해 '지금 다 해결해 달라'는 마음이었다. 그러나 지나고 보니 하나님께서 그의 때와 방법으로 저를 인도해주셨다"며 "늘 성급함이 문제인 것 같다. 하나님의 때가 있기에 그 때를 기다려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고 했다.

박찬주 전 육군대장
▲박찬주 전 육군대장이 강사로 참여한 강연회가 온양온천감리교회에서 진행되고 있다. ⓒ김진영 기자

그러면서 그는 "고난이 가져다 준 교훈"이라며 다음과 같은 7가지를 소개했다.

① 인간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미약한 존재이다.
② 내 인생의 주인공은 나 자신이 아닌 하나님이시다.
③ 고난은 하나님과의 관계를 재정립하고 새로운 언약을 맺는 과정이다.
④ 그리스도인에게 고난은 정죄의 수단이 아니라 연단의 수단이다.
⑤ 고난 중에도 사람의 때와 방법이 아닌, 하나님의 때와 방법을 기다려야 한다.
⑥ 고난 가운데 새로운 사명을 준비해야 한다.
⑦ 너희를 박해하는 자를 위해 기도하라(마 5:44).

아울러, 천안에서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늘 어머니의 기도 소리를 들으며 잠에서 깼다는 박 전 대장은 "그렇게 신앙을 물려받았다. 이제 내가 받은 축복을 다음세대에 물려주어야 한다는 사명감을 갖고 있다"고 했다.  

박 전 대장은 앞으로도 교회에서 강연할 생각이라고 했다. 이날 강연회에는 박 전 대장 외에도 박서영 법무사가 강사로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