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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종기 칼럼] 성령 충만으로 계급을 초월한 조상들

기독일보

입력 Jun 05, 2019 04:23 PM PD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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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종기 목사
민종기 목사(충현선교교회)

성령 충만하면 어떠한 일이 생길까요?  종종 하나님의 용서를 체험하면서, 사람들은 이웃을 향한 관계를 변화시킵니다. 신약성경에는 놀라운 인간관계의 변화가 언급되어있습니다. 도망친 노예 오네시모를 형제로 받으라는 놀라운 바울의 조언이 빌레몬서에 등장합니다. 주인인 빌레몬은 바울의 조언을 받아들여, 오네시모가 초대교회의 지도자가 되도록 배려합니다. 복음의 놀라운 역사는 "계급의식"(class consci-ousness)을 넘어섭니다. 오네시모는 빌레몬에 의하여 해방되었을 뿐 아니라, 나중에는 에베소의 감독이 되었습니다.   

이러한 성령 충만이 가져온 변화의 사건은 복음을 받은 우리나라의 조상들 가운데서도 일어납니다. 전북 김제시의 금산교회는 아름다운 사랑의 이야기로 가득한 교회입니다. 남자가 여자를, 양반이 머슴을 차별하던 시대에, 지주 조덕삼(1867~1919)은 17세의 고아 이자익(1879~1958)을 마부로 세웠습니다. 어느 날 마방에 말을 맡기고 묵어가는 테이트(Lews Boyd Tate, 1862~1929) 선교사를 만난 조덕삼은 선교사의 희생정신과 용기에 감동을 받고 자기 집 사랑채를 예배의 처소로 내주었는데, 이것이 1905년, 금산교회의 출발이 됐습니다.

소학교도 제대로 다니지 못한 이자익은 어깨너머로 천자문을 익히고 외웠습니다. 조덕삼은 자기 머슴을 아들과 함께 공부시키며, 신앙생활을 하도록 배려했습니다. 1907년 조덕삼은 자신의 머슴 이자익과 함께 교회의 장로투표 후보가 되었는데, 머슴 이자익이 주인 조덕삼을 누르고 장로로 선출된 것입니다. 조덕삼 영수(領袖)는 "우리 금산교회 성도님들은 참으로 훌륭한 일을 해냈습니다"라고 말하며, 먼저 피택 받은 머슴을 조금도 시기하지 않습니다. 조덕삼은 자기 머슴을 섬겼을 뿐만 아니라, 이자익 장로를 평양신학교로 보내어 목회자가 되도록 학비는 물론 가족의 생활비까지 지원했습니다. 조덕삼은 3년 뒤 비로소 장로가 되었습니다. 그 조덕삼 장로의 손자가 다선의 국회의원으로 유명한 조세형 의원입니다.  

조덕삼 장로의 배려 속에 1915년 이자익은 금산교회 2대 목사로 부임합니다. 전직 머슴 이자익을 담임목사로 적극 청빙한 사람이 조덕삼 장로였습니다. 장로회 총회가 1938년 신사참배를 결의한 이후에도, 이자익 목사는 친일세력에 협조하지 않고 목회에만 전념합니다. 이자익 목사는 대한예수교장로회에서 1924년 13대 총회장을 지냈고, 이후에도 두 번이나 더 총회장을 지내며 한국교회에서 존경받는 지도자가 되었습니다. 

복음의 위대함은 사람의 관점을 바꿉니다. 그리스도 안에는 자유자나 종이나, 유대인이나 이방인이나, 남자나 여자의 차별이 없습니다. 믿는 자 안에는 신분에 대한 차별, 계급 차별과 지식의 유무에 대한 차별이 없어집니다. 복음은 힘이 있습니다. 초대교회의 종 오네시모가 용서를 받아 교회의 지도자로 세움을 받게 한 능력의 복음은 우리나라에서도 놀랍게 재연됩니다. 조덕삼 장로의 경우만 아니라, 독립신문의 지도자였던 윤치호(1865-1945)는 친부와 숙부의 도움을 받아 노비를 해방시키므로 계급을 극복하는 기독교인의 또 다른 효시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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