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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요 칼럼] 그리운 맛, 그리운 기억

기독일보 news@christianitydaily.com

입력 May 09, 2019 02:01 PM PD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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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요 목사.
김한요 목사.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3년이 좀 넘었습니다. 좀처럼 꿈에서 아버지를 뵌 적이 없었는데 드디어 아버지가 꿈에 나타나셨습니다. 아프셨을 때처럼 얼굴이 좀 까칠해 보이셨지만, 말끔하게 양복을 차려입고 계셨습니다. 굵은 핏줄이 보이는 야윈 손은 여전하셨지만, 평소 즐겨 입으시던 흰 양 복에 흰 중절모를 쓰고 계셨습니다. 좀 튀는 하얀 양복을 입으신 것을 보 면 부활절이나 결혼식 아니면 누군가의 졸업식에 참석하신 모습이셨습니다. 앉아계신 의자도 녹색 잔디 위에 가지런히 놓인 하얀색 의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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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속에서도 하얀 양복과 관련된 에피소드가 생각나서 한참을 웃었습니다. 한국 해군 함정이 롱비치에 들어왔을 때 큰 행사가 함정 위에 서 있었습니다. 마침 친분이 있으신 해군 제독 장로님의 초대로 아버지 는 이 행사에 가셨는데 장로님이 저의 아버지를 찾지 못하셔서 한참을 헤매시다가 나중에서야 VIP석에 앉아 계신 아버지를 발견하셨다는 것 이었습니다. 안내하신 분이 하얀 양복에 백구두까지 신고 롱비치 항구 로 나가신 아버지를 해군 장교 출신인 줄 알고 VIP석으로 모셨다는 이야 기로 모두가 웃던 장면까지 꿈에 등장할 줄은 몰랐습니다. 그러고 보니, 돌아가시기 전에 삼남매가 모여 찍었던 사진 속의 아버지는 역시 하얀 모자에 하얀 셔츠, 하얀 바지에 백구두를 신고 계셨습니다.

꿈에 아버지가 행사를 마치고 식사를 하자고 하시면서 느닷없이 마른 멸치를 반찬 삼아 찬물에 밥을 말아 드시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어렸 을 때 어머니는 자주 마른 멸치 한 포대를 풀어놓고, 우리에게 멸치 까는 일을 종종 시키셨습니다. 그러면 아버지와 저는 마른 멸치의 배를 갈라 똥을 빼며 즐거워하곤 했습니다. 멸치를 까는 도중에 어머니는 고추장을 비벼서 우리 옆에 두셨고 그러면 우리는 멸치를 까다 말고 그 자리에서 고추장에 멸치를 찍어 먹곤 했습니다. 지금도 그 고소했던 멸치 맛은 잊을 수가 없습니다. 멸치 까는 작업이 끝나면 아버지는 찬 물에 밥을 말아 드시면서 ’오늘 저녁은 다 먹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사람의 추억은 함께 즐겨 먹었던 음식과 긴밀하게 밀착되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번 수요말씀여행 시리즈에서 새롭게 시작할 성경 먹방 “그리운 맛, 그리운 기억”은 성경에서도 아주 중요한 일들이 식사와 엮여 일어나고 있음을 발견하고, 말씀공부로 그 현장을 추적하려고 합니다. 가장 비극적인 식사였던 에덴동산에서 선악과를 먹던 사건으로부터 예수님과 제자들의 최후의 만찬까지 우리를 향한 구원의 드라마가 식탁에서 일어나고 있음을 우리는 함께 보게 될 것입니다. 오늘, 유난히 마른 멸치를 고추장에 찍어 먹고 싶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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